청소년 도박 범죄 24배 급증…“예방 교육 효과 의문”

경찰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청소년 도박 관련 범죄 건수가 2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청(NPA) 자료에 따르면, 만 10세~13세 아동의 도박 위반 검거 인원은 2021년 3명에서 2024년 72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만 14세~18세 청소년 검거 인원도 63명에서 559명으로 9배 급증했다.

이 자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을)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것이다. 민의원은 “청소년 도박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도 정부의 예방 교육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10명 중 4명 “도박 경험”…예방교육 역부족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재학 청소년의 4.3%인 약 17만 명이 한 번 이상 도박을 경험했다. 특히 이 중 19.1%(약 3만 명)는 최근 6개월간 지속적으로 도박을 하고 있어 조기 차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조사도 비슷한 우려를 보여준다. 경북 구미시는 지난 7월 자체 조사에서 아동·청소년의 43.4%가 도박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는 12세 무렵 첫 온라인 베팅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방교육 참여 인원은 2021년 52만 명에서 2024년 200만 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예방 홍보사업 예산은 10% 넘게 삭감됐다. 인력 역시 2022년 103명에서 2024년 97명으로 줄어 “형식적 교육만 늘고 실질적 대응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통계를 넘어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방영된 MBC 「오은영 리포트」 고교 특집에서는 한 고등학생이 방송에서 도박 중독 사실을 고백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해당 학생은 게임 머니 충전에서 시작해 불법 도박 사이트에 빠져 학업과 일상까지 무너졌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단순 수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청소년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기임을 보여준다.

국회의 대응과 입법 움직임

정치권도 청소년 도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예방 교육부터 도박 사이트 차단까지 전반적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지난 10일, 학교 현장에서 예방교육을 제도화하기 위한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동시에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이보다 앞선 5일, 청소년 스포츠 도박·치유 강화를 골자로 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사행산업 사업자의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상향하고, 한국도박문화예방치유원의 업무에 청소년 도박 예방·치유 사업 지원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박 중독, 치료는 가능하지만…재발률 높아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이 분명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재발률이다. 환자가 강한 의지를 갖고 치료를 받더라도 절반은 3개월 안에, 또 절반은 6개월 안에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1~2년 이상 도박을 끊으면 재발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채무를 대신 변제하지 않는 등 주변인의 역할이 회복 과정에서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도움을 제공하는 안전한 카지노 커뮤니티의 필요성도 언급하였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도 자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강원랜드(하이원 카지노 운영사)는 국내 최초로 청소년·성인 대상 도박 중독 체류형 치유 센터를 개소했다. 이 센터는 한 달간의 시범 운영을 마친 뒤, 내년에는 전국 단위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