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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특급호텔 객실에서 환전상을 살해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중국인 여성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단순한 도박 빚으로 시작된 범행이 결국 강도살인으로 이어지면서, 도박과 외국인 범죄의 위험성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사건의 피고인 A씨는 카지노에서 2억 3000만 원을 잃고, 지인과 환전상에게 돈을 빌리며 4억 원대의 빚을 진 상태였다. 여권까지 담보로 맡겨 출국할 수도 없게 되자 A씨는 환전상 D씨를 살해해 돈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올해 2월 24일, A씨는 제주시 모 특급호텔 객실에서 D씨를 불러낸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현금과 카지노 칩이 든 가방을 탈취했다.
범행 후 A씨는 서귀포시의 한 파출소에 스스로 찾아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지만, 이미 피해자는 목숨을 잃은 뒤였다. 함께 가담한 공범 B씨와 C씨는 훔친 돈과 칩을 환전해 중국 내 계좌로 송금하려다 공항에서 검거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올 초 1월에도 중국인 일행이 제주에서 환전상을 폭행해 돈을 빼앗으려 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외국인에 의한 유사 범죄가 잇따르면서, 무비자 입국 제도를 포함한 제도적 허점과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계획적 범행 판단, 법원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말다툼 도중 피해자가 흉기를 들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도살인 대신 단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또한 금품을 빼앗을 의도는 없었고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현장에 있던 돈을 챙긴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그러나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먼저 공격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진 상황에서 충분한 범행 동기를 갖고 있었다”며 강도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법과 제도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다. 강도살인은 회복이 불가능한 범죄이자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 중대 범죄”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B씨와 C씨에게는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돼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A씨의 범행 배경에는 카지노 도박으로 인한 심각한 채무 문제가 있었다. 도박에 빠져 2억 3000만 원을 잃은 뒤, 주변 지인과 환전상에게 돈을 빌려가며 총 4억 원에 이르는 빚을 떠안았다. 출국을 위해 여권마저 담보로 맡기면서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범행이 발생했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빚에 시달리며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돈을 강탈할 명확한 동기를 갖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충돌이 아닌 계획적이고 준비된 범행으로 판단한 핵심 근거가 됐다.
무비자 중국인 관광 정책 논란 재점화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중국 단체 관광객 비자 면제 정책과 맞물려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비자 제도가 외국인 범죄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 지역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인 범죄 발생 시 피의자가 신속히 해외로 도주할 위험과 수사 과정에서의 공조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공범들이 범행 직후 중국으로 도주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된 사실은 이러한 우려를 다시금 현실로 드러낸 사례가 됐다.
카지노 커뮤니티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필수적이지만, 그 이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와 사회적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제도 보완을 통해 건전한 관광 문화를 유지하는 동시에 무비자 제도의 악용을 막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입국 시 보증보험·보증금 제도의 도입 ▲범죄 이력 및 신원 검증 강화 ▲관광 목적 외 체류자의 관리 체계 정비 ▲범죄 발생 시 신속한 국제 공조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된다. 특히 제주를 찾는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관광 목적을 가장한 불법 취업이나 범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 전 단계에서의 심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 사회 차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동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주요 관광지·숙박시설에 외국인 범죄 예방 전담 경찰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대책도 요구된다. 나아가 “관광객 친화 정책”과 “지역 치안 강화”를 병행하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관광 산업 발전과 치안 안전망 사이의 균형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