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팅 합법화의 그늘, 중독은 급증했다

미국에서 스포츠 베팅이 합법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그 이면에서 도박 중독과 사회적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세수 확대와 산업 성장이라는 명분과 달리, 상담 전화 급증·청년층 부채 확대·정신건강 악화 등 부작용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합법화의 대가’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포츠 베팅을 허용한 주를 중심으로 도박 문제 관련 상담 수요가 급증했다. 전국 단위 도박 문제 상담 통계를 보면, 합법화 지역의 상담 건수 증가 폭은 불법 지역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단순한 이용자 증가를 넘어, 중독 위험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 정부들은 스포츠 베팅으로 상당한 세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 파산, 채무 불이행, 정신건강 악화 같은 사회적 비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베팅이 허용된 지역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파산율과 채무 추심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남성층 집중…대학가까지 파고든 베팅 문화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20~30대 남성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미국 대학 스포츠 중계와 젊은 층이 즐겨보는 콘텐츠에는 실시간 베팅과 프로모션이 자연스럽게 결합해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 관람과 도박의 경계가 흐려지고, 베팅을 ‘놀이’나 ‘참여형 콘텐츠’로 인식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대학 내 상담센터에는 베팅 실패로 심리적·재정적 위기에 빠진 학생들의 상담이 늘고 있으며, 상당수가 반복적인 손실과 빚을 경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설계된 소비 환경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도박 산업의 위험성을 한층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는 이용자의 베팅 패턴과 심리 상태를 분석해, 손실 가능성이 높은 순간이나 충동성이 커진 시점을 포착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베팅 업체는 개인별 맞춤 배당, 타이밍 광고, 고위험 이용자 집중 공략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이 ‘오락의 영역’을 넘어, 취약 계층의 재정과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자살·범죄 위험도 증가

미국 내 스포츠 베팅 중독자는 수백만 명 규모로 추산되며, 이들이 떠안는 평균 부채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문제는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도박 중독자는 일반 인구보다 자살 위험이 훨씬 높고,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베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카드 한도 소진, 저축 인출, 대출, 심지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주 정부가 얻는 세수보다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안전한가…사행 산업 규제의 경고등

한국 역시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는 스포츠토토와 경마·경륜·경정 등 사행 산업이 엄격한 규제 아래 운영되고 있지만, 온라인 기반 베팅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중독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은 여전히 규모가 크고, 모바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청년층 유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카지노·경마장 확대나 규제 완화 논의가 이어질 경우, 미국과 유사한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국내 카지노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사행 산업은 수익이 아닌 공공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예방·치료·규제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지적한다.

성장보다 중요한 질문

미국 사례는 스포츠 베팅 합법화가 단기간의 경제적 성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과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 역시 ‘합법화 여부’나 ‘산업 성장’ 이전에, 중독 예방과 공공 책임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사행 산업을 둘러싼 선택의 기준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과 가치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