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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속에도 불구, 미성년자 상대로 ‘대리 대출’·온라인 카지노 연계 범죄 지속
불법 대부업자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박 중독에 빠진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러한 불법 구조는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 영웅 Class 1> 에서 묘사된 청소년 불법 도박과 대부업 착취의 서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속 허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 금융 착취”라고 경고한다.
“K-팝 티켓, 온라인 도박 자금”…청소년 노리는 ‘대리 대출’의 함정
최근 몇 년간 청소년을 겨냥한 불법 대출 광고가 SNS, 오픈채팅방, 심지어 학원가 주변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급전 필요 시 빠른 송금 가능”, “미성년자도 대출 가능” 등의 문구로 10대를 유혹하며, ‘대리 대출’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빌려준다.
이 대출은 대부분 10만 원 이하의 소액 거래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콘서트 티켓비나 온라인 카지노 슬롯게임 자금을 마련하려는 청소년에게 소액을 송금한 뒤, 곧바로 10~30%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와 연체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과정에서 ‘신분 노출을 막아준다’는 미끼로 접근해, 오히려 신상 정보나 계좌 비밀번호를 탈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를 상담해온 한 심리상담사는 “처음엔 단 5만 원에서 시작하지만, 연체·수수료가 붙어 한 달 만에 20만 원이 되고, 부모님 몰래 돈을 구하다가 결국 또 다른 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많다”고 말했다.
대리 대출 광고 4년 새 3배↑…“단속 피하려 소셜미디어로 잠입”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금융감독원(FSS)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리 대출 광고는 2019년 1,211건 → 2023년 3,959건으로 약 3.3배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795건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금감원이 6개월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숫자가 줄었다고 해서 실제 범죄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불법 업자들이 이제는 트위터(X), 텔레그램, 틱톡 등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SNS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며 “광고 대신 1:1 메시지나 ‘친구 추천’ 방식으로 은밀히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은 지난 6월 1,800만 달러(약 250억 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적발했는데, 해당 사이트 이용자 중 상당수가 중·고등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이 대리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의 청소년 도박 범죄 이미 고착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약한 영웅 Class 1>이 그려낸 ‘현실의 축소판’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불법 대출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주저”한다. 결국, 불법 대부업자들은 이 점을 악용해 ‘소액이라서 경찰이 관심 갖지 않는다’며 협박까지 일삼는다. 피해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이들은 보통 ‘부모님이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추가 돈을 요구한다”며 “심리적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청소년도 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적 보호 사각지대다. 대부분 개인 간 거래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수사기관이 개입하기 어렵다. 또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금융 피해 신고 절차가 복잡해, 실질적인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 영웅 Class 1>은 청소년 폭력과 사회적 방임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극 중 한 인물이 온라인 카지노에 빠져 불법 대부업자에게 빚을 지고 폭력의 악순환에 휘말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 같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 문화평론가 김도현 씨는 “<약한 영웅>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청소년이 사회적 보호망 없이 불법 자금 구조에 노출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회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 속 가상의 범죄 구조가 실제 청소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경고음”이라며 “정부는 청소년 불법 금융과 도박 연결망을 뿌리부터 끊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고교 특집에서 한 학생의 도박 중독 고백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방송에서는 한 청소년이 등장해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돈을 잃고 나서 대부업자에게 연락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빠르게 돈을 빌려준다는 말에 속아 연락했지만, 며칠 만에 이자가 불어나 협박을 받았고 결국 학교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방송에서 “청소년 도박은 단순한 오락 중독이 아니라, 외로움·충동·자존감 결핍이 결합된 사회적 문제이며, 여기에 불법 금융 구조가 덧씌워지면 심리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 아이들은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회복의 대상”이라며 “심리 지원과 금융 교육, 그리고 가족의 개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례는 <약한 영웅 Class 1> 속 인물이 빠져드는 ‘온라인 카지노 → 대부업 → 폭력’의 악순환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드라마와 리얼 다큐가 동시에 지적하는 현실, 즉 ‘돈에 쫓기며 스스로를 잃어가는 청소년 세대의 민낯’이 한국 사회의 경고음으로 울리고 있다.
“교육·감시·지원, 세 축이 함께 움직여야”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 대부업은 사회적·심리적 요인이 얽혀 있는 복합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청소년 대상 금융 및 도박 예방 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켜, ‘돈을 빌린다는 행위’의 위험성과 ‘온라인 카지노의 실제 구조’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SNS 상 불법 광고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AI 감시 시스템, 그리고 피해 청소년이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익명 보호 창구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영 의원은 “청소년 불법 금융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성인 범죄조직이 청소년을 소비자로 보는 구조적 범죄”라며 “정부, 학교, 플랫폼 기업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모바일 카지노의 등장, 코인 카지노의 발전으로 청소년도 온라인 베팅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전면적인 차단보다는 “건강한 카지노 이용 문화”와 “합법적 관리 시스템”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문화산업 연구자는 “청소년이 불법 사이트에서 도박을 배우는 현실을 방치하기보다는, 성인과 청소년 모두가 도박의 구조와 위험을 이해하고 자제할 수 있는 공교육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하지 마라’만 외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을지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