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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곳곳에서 인형 뽑기 매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놀이로 보이지만, 일부 기계는 카지노형 확률 조작 시스템을 통해 도박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운이 아닌 기술… 실제론 확률 게임?
강원과 충북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인형 뽑기 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GRAC)에 따르면, 강원도 내 등록된 인형 뽑기 매장은 올해 기준 244곳으로 전년 대비 37곳 증가했다. 충북 지역에서도 현재 203곳이 운영 중이며, 이 중 53곳은 올해 새로 개업한 곳이다. 이 같은 증가세 속에 확률 조작, 중독성 유도, 청소년 탈선 등의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일부 업소는 상품이 뽑힐 듯 말 듯한 장치를 이용해 이용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카지노의 슬롯이나 룰렛 베팅과 유사한 구조로, 이용자가 계속해서 돈을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형 뽑기 기계의 경품 가치는 1만 원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장난감, 문구류, 생활용품 등만 상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난이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장치를 개조할 경우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일부 업주들은 확률 조정형 보상 시스템을 통해 사실상 카지노 베팅 방식과 유사한 게임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용돈 탕진하는 청소년들, 절도 사례까지 발생
청주시 성안길 일대에서는 인형 뽑기방이 두세 점포마다 한 곳꼴로 들어서며 상권을 장악했다.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특히 10대와 대학생 이용객이 몰리고 있다. 청주에 사는 고등학생 A양(19)은 “이번 주에만 20만 원 가까이 인형 뽑기에 썼다. 뽑힐 때 느껴지는 쾌감 때문에 멈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씨(22)는 “매일 다른 점포를 찾아다닌다. 잘 뽑히는 기계가 있다는 말에 계속 시도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오락의 범위를 넘어 도박형 소비 패턴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 중독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청주시에서는 인형을 뽑지 못한 여고생 3명이 기계 내부에서 경품을 억지로 꺼내려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자제력 부족에서 비롯된 일탈 행동이 잇따르면서, 경찰과 지자체는 인형 뽑기 매장에 대한 지도와 점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무인 인형 뽑기 매장을 대상으로 확률 조작 및 불법 개조 여부를 점검 중이다. 관련 법 위반 시 영업정지나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끝없이 시도하게 만드는 사행성 구조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인형 뽑기는 도박처럼 목표한 결과를 얻을 때까지 반복 시도를 유도하는 사행적 구조를 갖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제력이 부족해 중독 위험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역시 “인형 뽑기는 법적으로는 게임이지만, 실제로는 우연성과 불확실성, 보상 중독 요소가 결합된 유사 도박 행위다. 심리적으로 슬롯 머신과 동일한 중독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태국에서는 이미 인형 뽑기를 도박 장비로 분류했음에도, 최근 조사에서 태국 어린이의 94%가 인형 뽑기에 돈을 쓴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동아시아 전역에서 인형 뽑기의 카지노화 현상이 확산되자, 한국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