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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지노를 활용해 대규모 보이스 피싱 자금을 체계적으로 세탁해 온 중국인 조직 총책이 스스로 폭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오히려 검거됐다. 현장에서 확보된 휴대전화와 메모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그의 정체가 즉각 드러나면서 단순 폭행 사건이 조직범죄 수사로 전환됐다.
폭행 피해 주장했지만…현장에서 드러난 거액과 수상한 기록
김포공항경찰대는 지난 11일 저녁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중국 국적의 31세 남성 C 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사기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C 씨는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1,000만 원가량을 빼앗겼다”고 신고했지만, 소지품에서 현금 8,000만 원이 발견되자 경찰은 즉시 정황을 재검토했다.
휴대전화 속 중국어 메시지와 메모가 수상하다는 판단 아래 경찰은 AI 번역 시스템을 활용해 자료를 실시간 분석했다. 그 결과 C 씨는 해외 보이스 피싱 조직의 국내 총책으로, 경기남부경찰청이 추적하던 수거책 3명을 지휘하는 핵심 인물임이 드러났다.
카지노 기반 고도화된 ‘칩 세탁 루프’…정기적 패턴으로 운영
조사에 따르면 C 씨는 합법적 외국인 등록증을 이용해 국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서울, 제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자금을 세탁했다. 그가 활용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전형적 ‘카지노 칩 환전 세탁 구조’다.
- 조직 운반책이 전달한 피해금을 C 씨가 직접 들고 카지노 방문
- 칩 구매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현금으로 환전
- 환전 영수증을 활용해 정당한 도박 수익처럼 꾸밈
- 세탁된 돈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운반책에게 재분배
이 방식은 돈의 출처를 흐리기 쉬워 조직범죄에서 가장 선호되는 최종 세탁 루프로 꼽힌다. 한 경찰 관계자는 “C 씨는 매주 제주 카지노를 찾는 등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였다”며 “칩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세탁 구조가 시작되는, 추적이 까다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밝혀낸 총책의 실체…“현장 분석이 검거로 이어졌다”
이번 검거는 AI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기술이 실제 수사 성과로 이어진 사례로 주목된다. 김포공항경찰대 김성일 경사는 “폭행 신고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AI 분석을 통해 상황을 다시 구성하면서 조직 최상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추가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의미 있는 검거”라고 밝혔다.
경찰은 C 씨의 체포를 계기로 카지노를 이용하는 보이스 피싱 범죄 수익의 자금세탁 경로 전반을 추적하고 있으며, 상·하선 조직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